<세운아케이드> 4주차
비가 오는 토요일이었다. 세운상가의 좁은 골목과 골목을 우산을 들고 지나기는 쉽지 않았다. 비가 온다 하여 상가의 풍경이 딱히 달라질 것은 없었다. 물건을 나르는 짐꾼들의 발걸음이 조금 조급해졌고, 비가 와서 커피가 땡기는 사람이 많은지, 상가 1층에 늘 앉아있던 커피 배달하는 여자의 자리는 계속 비어 있었다. 하늘을 보고 눈살을 살짝 찌푸린 사장님들은 익숙한 일을 하듯이 비닐을 꺼내 진열되어 있는 물건을 덮었다. 오늘 물청소를 안해도 되는 직원들이 게으르게 하품을 하며 담배를 피웠다. 그 같은듯 다른 풍경들 속에 세운아케이드 4주차가 시작되었다.
출발은 엘레멘트 공동대표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장순 대표의 강의였다. 묵직한 이력만 보고 전화통화했을 때는 중후한 매력의 중년 남성을 떠올리고 있었는데, 막상 현장에서 만난 최장순 대표님은 입에서 랩이나 힙합이 쏟아져나올 거 같은 재기발랄한 젊은 분이었다.
스페이스텔링을 주제로 한 흥미로운 강의 내용에 강의 시간 또한 자연스럽게 길어졌다.
최 대표님은 세운상가를 어떻게 브랜딩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강의 준비는 물론, 강의 전에 미리 도착해 사전 답사까지 하시는 등 꼼꼼하게 강의를 진행하셨다.
강의 후 최 대표님의 추종자가 된 영혼들이 여럿 보였다.
다음은 지난번 결성된 3개의 팀이 구체적인 기획안을 만들기 위해 논의하시는 시간을 가졌다.
설치팀. 일렉트로닉 가든을 상가 내에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대세로 가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전자쪽 상인들과 협업이 가능하고 일단 보기에 흥미로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좋다는 점이 매력포인트.
공공공간팀. 패션쇼, 런닝맨, 영화찍기, 다함께 밥먹기, 미러볼 설치, 바닥에 그림 그리기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으나 모아지는 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듯.
기록팀. 세운상가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잡지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지만 결석자들이 합류하는 다음번에 확실한 결정이 나올 것 같다.
향후 일정 설명 중. 난해한 미술작품을 관람하는 관광객들의 포즈다.
이날 세운아케이드에는 아케이드를 응원하는 서울시립대 김성곤 교수님, 퍼셉션의 최소현 대표님, 서울시 정인경 주임님이 함께 해주셨다. 세 분 다 청년들이랑 뭘 하는 걸 참 좋아하는 분들이다.
최 대표님 서비스샷.
그냥 앉아만 있는다고 아이디어가 나올쏘냐? 생각이 막힌 팀들은 상가 곳곳을 쏘다니며 하릴없이 비와 어우러져보았다.
간지나게 아무 생각 없이 서 있는 모습.
교도소 면회 가는 모습.jpg
반년 후 정도면 사라질 데크의 풍경. 마지막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이날은 하루종일 비가 왔다.
세운아케이드를 통해 세운상가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이제 6주 남았다. 많이들 오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