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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양시장은대학/기획노트

성미산극장의 짱가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조수정님께서 소개해주셔서 오늘 성미산 마을의 짱가님과 만나고 왔습니다.
희망청 사무실에서 택시를 타고 가보니 딱 2400원 기본 요금 만큼의 거리이더군요!; 이렇게 가까운 줄은.. ;
오늘도 혼이 나갈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수다를 떨었어요;


이제는 정말 유명해진 성미산 마을의 시작 스토리. 기획팀도 모두들 학교에서 한 번씩 들어서 알고 있거나 와본 곳.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에 이르는 사람들이 애를 부모님께 맡기기는 좀 그렇고 어린이집에 보내자니 이건 아닌 거 같고 해서 전세집을 얻어서 어린이집을 시작한 것이 성미산 마을의 탄생 배경.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가족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이 되고, 호칭만 해도 '~엄마' '~아빠'가 많다. 그래서 하는 이야기도 매일 아이 이야기다. 미혼, 비혼, 아이없는 사람들이 이야기에 들어오기 힘든 점이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20대'가 함께 놀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공감이 형성되고 있다. 지속가능성은 다양한 가능성이 공존하는 것을 의미하니까.
 
지금 내 아이가 19살인데 이제 20대가 된다. 젊은이들은 객지로 나가게 되어있다. 마을이라는 것이 울타리로서 닫힌 공간으로서 그들에게 작용한 맥락이 있으니까. 그럼 성미산 마을도 다른 젊은이들에게는 '객지'가 될 수 있지 않은가? 그런 20대들이 올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여기서 개별적으로 들어오는 것은 힘들다. 내 선배 세대 중에서는 개별적으로 귀농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그것은 좀 어렵다고 본다. 마을 대 마을로 소통하는 것이 더 좋지 ...
 
같은 맥락에서 20대들도 가볍게 마츠모토 하지메의 '가난뱅이의 역습' 이야기처럼 뭔가 일을 꾸리고 기획해서 이곳으로 들어와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 않을까? 마포는대학 기획서를 읽으면서 계속 그 책 생각이 나더라. 민들레에서 10대들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수업 중심에서 프로젝트 중심으로의 전환. 사실, 배워서는 용기가 안 생겨. 그러니까 실제로 뭔가 해서 용기를 줄 수 있어야 하고, 그런 방식으로 끼리끼리 모여 프로젝트를 하고 마을에 들어오는 방식이면 좋겠다는 생각.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성과물'... 또한 이 성과물에 항상 '삶의 이야기'가 따라붙어야 한다. 강좌,라고 하면 오겠어요? 삶이랑 관련한 무언가를 던져줘야지. <마포는대학>이 다를 수 있는 지점은, "그래서 어떻게 살래?" "그래서 졸업하면 누구랑 놀래? 졸업하면 뭐하고 살래?"라는 20대들의 절박한 필요성을 건드려줄 수 있다는 것.
 



"서울은 모든 이의 객지"다. "객지에서 둥지를 튼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 세대간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성미산 마을에서는 뭔가를 저질러보는 일이 가능하고 그게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생각. 주민들이 이용하는 기관을 거점으로 삼아서 뭔가 일을 벌일 수도 있고 ... 20대가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콘텐츠라는 말이 나왔는데, 정말 그렇다. 성미산의 20대라고 하면 지금 작은나무 카페의 샵 매니저(그것도 얼마 전에 채용), 그리고 극장 스태프인 씬, 소식지 준비하는 사람, 어린이집 선생님 몇 명 정도? 이렇게 다들 알고 지내는 카페에 와서 20대가 앉아있거나 뭘 하기만 해도 사람들은 '어? 20대가 있네?'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거죠.

마포는대학이 Base로 가져가야 하는 것.
"유목할 수 밖에 없는 20대"+"마을은 정주-안정의 이데올로기가 강한 곳"
 

모인 사람들의 절박함을 건드려줘야 한다는 부분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얼마 전 만난 주일우 선생님이 주신 말씀과도 관련이 있는데요, 취미나 동아리 이상의 무언가를 마포는대학에서 줄 수 있느냐 - 하는 것이 문제겠죠? 그렇다면 그게 뭐가 되어야 할까요?

a와 b가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는 일종의 "화학수업"이 많이 열리면 좋겠다. 어설프게 다른 데에서 하는 것을 흉내내면, 이미 주류의 언어는 시장중심이기 때문에 10억씩 받고 하는 사람들이 훨씬 잘 할 수 있다. 비주류의 언어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거.

2회 때부터 이런 '화학수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일'에 대한 새로운 상상, '마포는대학만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진행되었으면! 하고 모두가 입을 모았습니다. 성미산 마을도 원래는 "조금 돌연변이었는데 이젠 유전형질이 되어버렸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유전형질'이라는 게 안철수가 무릎팍 도사에서 말했던 회사의 spirit과도 같은 단어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더 이상 '마포는대학' 프로젝트의 정당성을 88만원 세대의 언어에서 찾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88만원 세대 이야기가 나오니 짱가와 조수정 선생님도 "So What?"이라는 데에 상당 부분 동의하셨어요. "나의 객관적인 존재의 위치는 알겠는데, 그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그 다음은 뭘 하느냐는 거지." 




그 외에 재미있는 수업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고, 부모님과 소통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나 시력이 나쁜 사람들이 모여서뭘 할 수 있을까? 등에 대해 수다를 떨었습니다. 이러한 수다들이 실제 수업이나 프로젝트로 나오는 것 만큼 좋은 대답은 없겠죠?

조수정 선생님은 "마포가 재미있는 건, 아무리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고 해도 30분만 말하면 '어? 나 그 사람 아는데 ... "라는 게 있다는 거지."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말이 '마포는대학'의 배경을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포는대학 STORY에서는 '마포에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아요'라고 다소 추상적으로 표현되었지만요.

10월에는 성미산 마을 축제도 있고, 성미산 마을 극장도 20대에게 좋은 무대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
자, 무슨 일을 꾸려서 마을에 말 걸기를 시작해야할지 또 생각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