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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1 마포univ/마포명물가게만들기_2010

간판하나를 달더라도, 지역, 그 마을을 고려해서 단다면... 레게치킨



심지어 간판하나를 달더라도...
 
연남동 기사식당 거리에서 동교동 로터리로 빠지는 작은 골목의 끝자락에서는 저녁 6시부터 새벽까지 카레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공간이 하나 있다. 겉에서 보아도 넓지 않을 것 같은 가게 안을 훔쳐보면, 자유로운 레게음악이 흘러나오고, 히피풍 머리를 한 청년들이 서빙을 한다.
자유분방하고 개인의 개성 표현에 관대한 홍대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레게치킨. 많은 이의 입소문을 타고 이제는 맛집을 넘어 홍대의 명물가게로 자리잡은 이 곳에, 마포명물가게만들기의 기획단 몽상과 두루가 찾아가보았다.    
 
(다음은 레게치킨레이블 사장 류광희 님과 두루, 몽상의 간단 인터뷰 내용이다.)
 
Q1. 레게치킨.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예전에 일본 레게 페스티벌을 간 적이 있어요. 혹시 자메이카의 저크 치킨이란 것을 아나? 매우 매콤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치킨인데, 그 치킨을 먹으며 레게음악을 들었었다. 그 때 막연하게나마 생각했었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치킨을 먹는다는 것. 이렇게 계속 레게음악을 들으면서 치킨을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2. 사업의 컨셉은 어떻게 잡으셨나요?
많은 부분을 "느낌"에 의존하는 편이예요. 예를 들어 맥주 메뉴 3가지 찡따오, 크롬바커, 페레브라운은 제가(류광희 본인) 가장 좋아하는 맥주들이예요. 이런 것들을 하면 잘 되겠구나, 하는 "감"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감은 그냥 나온 것은 아니고, 3년동안 운영해 온 클럽을 실패하면서 나온 것이랍니다. 

Q3. 몇 년 전 갸하하 2호점을 내셨지요? 프랜차이즈도 하실 생각하시나요? 
갸하하는 오랜 친구가 하는 가게예요. 그 안에 여러 브랜드 중에 음식 코너로써 레게치킨이 들어가 있는 것이지요.
프랜차이즈는 내지 않을 생각이예요. 그 이유는 간단해요. 기본적으로 저는 레게문화를 아는 사람이 레게치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체인을 하면 그런 것들이 지켜지기 힘들죠. 그래서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여력은 지금 있는 본점과 갸하하 두 군데를 운영하는 정도인 것 같아요.

Q4. 함께 일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저는 치킨집을 운영하면서도 같이 일하는 사람의 비전도 함께 고려하고자 해요. 나의 수입이 일하는 사람에 비해 적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나누어야 하는 것도 많다고 생각해요. 함께 하는 사람의 미래도 같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Q5. 저희 프로젝트 이름이 마포명물가게만들기예요. 창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하고 싶지 않아요. 청년들에게는 다른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 것 같아요. 여행도 많이 하고, 해외도 다니면서 다른 시스템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은, 그리고 그것을 해나가는 사람은 결국, 뭐가 되도 됩니다. 하지만, 생각만 많은 사람은 그걸로 끝나게 되는 것 같아요.  
 
Q6. 창업에 꼭 필요한 정신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제가 처음 홍대에 빠진 것은 어떤 동네에서도 보기 힘든 자유로운 영혼들이 함께 음악을 한다는 것이였어요. 그저 예술을 한다는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홍대가 상업적인 부분에 밀려, 정말로 예술, 음악에 대한 근본적인 뿌리를 가진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어요. 그러한 부분에서 저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일종의 책임감이 있습니다.
저는 가게를 내려면 그 지역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간판하나를 만들어도...
예전에 산울림 소극장 앞에는 제가 매우 사랑하는 나무가 하나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버스 전용 도로를 만든다고 그 나무를 베어버리고 그 자리에 작은 교목을 심은 거예요. 심지어 그 교목조차 관리가 잘 안되서 죽어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나무 하나 잘린 것만으로도 산울림 소극장 앞 삼거리는 매우 다르게 변했지요.
저는 그러한 것에 화가 났어요. 그 때 어떤 작은 지역 신문이라도 만들어서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작지만 나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거죠.

 

Q7. 모토라고 할만한 것이 있나요?
노브레인에 관한 다큐를 봤는데, '음악을 평생 할 것이다' 라고 했었던 적이 있어요.
저도 물론 예전에는 음악을 하는 것이 제 생활의 전부였고, 돈과 음악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것 같은 느낌, 음악을 안 하고 있는 시간은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하지만 지금 드는 생각은 꼭 음악을 붙들고 있어야만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닭을 튀기면서도 음악에 대해 생각하고, 나의 인생경험이 성장하면 그게 음악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마포명물가게만들기 기획을 하면서 가장 많은 영감을 받았던 만남이었다. 특히 인터뷰를 마치고, 다른 종업원들에게 90도로 깍듯이 "저 그럼 가보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갸하하로 돌아가시는 사장님의 뒷모습이 그렇게 정의로워(?) 보일 수 없었습니다.
 
+레게치킨레이블 사장님은 7월 8일날 만날 수 있습니다. :)


 <사진출처 : 레게치킨레이블 www.reggaechicke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