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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는예술대학/수업후기

[6강 리뷰] 특강! 그리고 구로를 찍다/듣다 Ⅱ

 
 
하하하. 6강
오늘은 특별한 손님을 한분 모셨습니다.

안해룡감독님!!

「안해룡감독님 짤막소개: 안감독님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재일 커뮤니티와 민족 교육 문제 등을 테마로 사진, 영화, 출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와 영상과 사진, 설치를 결합한 전시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 학교다 _ 도요하시>가 최근 작업입니다. 또한 개인 앨범 속에 남아 있는 사진 속의 역사 정보를 수집해 ‘이미지로 만드는 역사’ 프로젝트를 주요 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무도(武道)를 테마로 한 다큐멘타리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
한시간정도 특강을 듣고 실전탐방에 돌입하게 됩니다.


수업을 들은 후, 우리는
어떤 변화된 시각으로 본탐방을 나서게 될까요.
후훗,
기대되는 안감독님의 특강속으로 퐁당 빠져볼까요~!!



안: 제가 주로 한 일은 사진작업이고, 공간이나 집단,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 하는 일이었어요.
그런 일 하다보니 일을 하기 전에 준비하는 과정이 꼭 필요했죠.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전작업중간과정에서 볼 것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 입니다.


1. 사전작업

처음에는 무턱대고 관심있는 사람을 만나기부터 하는데 이건 사실 좀 무식한 방법입니다.
세상을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려 할 때에는 공부가 필요하죠. 제일 중요한 '공부'의 과정은 사전조사입니다.
일반적일수록 공개된 자료가 있기 마련인데, 그걸 단기간에 섭취해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1. 구로구 자료라면 구로구청에 있을거에요. 구청이나 서울시가 내고있는 잡지, 자료를 읽어보면 도움이 되겠죠. 
2. 국회도서관 전자검색을 할 수도 있습니다. 블로그에 포스팅된 내용은 2차 3차 편집된 자료이며 복사에복사와 미편집을 거듭한 것일 확률이 높아요. 그러면 과연 원사료는 어디에 있는가, 에 있습니다. 그 자료는 예컨대, 국회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겠죠. 100% 신뢰할 수는 없어도 학술관련형태의 논문집, 학위논문, 옛날 문서자료 등을 찾아볼 수 있을 거에요. 또 하나의 팁이 있다면 자료의 목차나 연도별 제목을 봤을 때 그것만 봐도 어떤 주제의 연구가 진행됐는지 알 수 있을거에요. 간행본 논문목록, 학술서 등을 참고할 수 있는데 학위논문은 자료가 총괄돼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먼저 볼 것은 원 사료 두번째는 단행본을 참고할 수 있고, 잡지는 세 번째 순위로 참고할 만 해요. 블로그에 나와있는 인터뷰 내용은 주로 현장에 직접 가서 취재한 것은 별로 없기 때문에 제일 나중. 원소스를 가지고 싶으면 구청,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 박물관 등에서 기초 개념관련 자료 모으는 것이 좋을거에요. 

그렇게 사전조사를 한 뒤 나오는 응축된 몇 개의 단어를 추리고 이것들이 현장에 가서 유효할지 판단해야 하죠. 사전조사에는 없는, 현장에만 있는 코드도 있어요. 현장에만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필드워크의 힘이죠. 사전조사는 나와 맞는 코드를 고르는 기초작업인 것이고요.


2. 현장조사


현장에 가서 사진을 찍을 때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어요.

1. 먼저, 공간에 대한 전체의 비율, 공간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컷이 필요하죠.
예컨대, 올해 월드컵때 코엑스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을 취재할 때, 전체적으로 얼마나 왔느냐 하는 규모를 알 필요가 있겠지요. 그런 목적일 때는 응원하는 사람들을 오버뷰로 봐야 합니다. '내고향소식'같은 tv프로그램에서 취재를 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그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을 찾아가서 그 마을 전체를 보여주는 컷을 찍는 것입니다. 제일 처음에는 아니더라도 그 공간이 어떤 곳인지는 보여줄 필요가 있지요. 이러한 컷이 '어떤 공간에 가서 무엇을 봤다.'를 설명해주는 특색 없는 일반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것입니. 일명 와이드컷! 장소를 상징화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코드로 그 공간을 나타내주죠. 

2. '무엇을 볼것인가. 무엇을 조사하러 갔는가.'는 미들 샷에서 보여줄 수 있어요.
('샷'은 광학적 개념이라기 보다는 형태상의 모습을 표현하는 대상의 사이즈로 생각한 것입니다.) 
미들컷에서는 어떤 사람이 있는지, 그곳에서 어떤 행사가 진행되는지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예컨대 코엑스에서 월드컵 응원하는 것을 취재할 때 미들샷에서는 대형 무대라든가, 중계차, 쇼 현장을 찍을 수 있겠죠. 그리고 이것을 통해서는 그곳에서 리허설이 진행되는구나, 취재를 하는구나 등등의 상황을 알 수 있게 되죠.

3. 클로즈업 컷은 사람의 표정을 담거나 해서 보아가 나왔다. 응원객들이 어떤 옷차림을 하고 왔다. 등을 알 수 있게 해줘요. 와이드, 미디엄 사이즈의 컷에는 일반적인 정보가 들어간다면 클로즈업 컷은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느냐를 명확히 규정하는 컷입니다. 내가 무엇을 보려고 했는지 의도가 드러나는, 나의 관점을 규정짓는 컷입니다. 
여러분이 아무 컷이나 막 찍은 것들을 나열해 보아도 공통적인 것끼리 추려보면 내가 무엇을 카메라에 담았는가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관심가지고 있는 대상이 무엇인지는 현장에서 어떤 것들을 찍었느냐에 따라 드러나게 되고, 똑같은 현장에를 가도 사람들마다 다른 얘기를 담을 수 있지요. 이처럼 클로즈업 샷에서는 객관화가 아니라 주관적인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습니다. (미디어의 장점이자 쥐약이죠.)



잠깐 Q&A


카프카 : 저같은 경우 예비탐방을 하고 본 이야기 담아오는 진행이었는데, 많은 것을 담아오지 못했어요. 한 주 동안 뭘 담을까 고민했는데, 십분 내외로 걸을 수 있는 지역만 걷게 되었고, 인터뷰와 동영상이 많았습니다. 그냥 지나가면서 보았던 것으로만 정리해야 될지, 나의 관점이 드러나는 것이 필요할지 모르겠어요.

안감독님 : 자신의 관점이 드러나도록 정리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자기만의 방식, 개념규정을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는게 자신의 얘기를 하는거겠죠. 기술에 연연하지 말고 이야기만드는 데 집중하세요. 그리고 가능한 한 대상을 명확히 찍어보세요.

카프카 : 주제를 하나 정해놓으면 그 주제가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그것에 끼워 맞춰서 현장을 볼 수도 있을텐데...

안감독님 : 지금 프로젝트에서 하는 작업들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주제일거라고 생각되는데요. 작업을 설계, 조사를 하는 것을 기초로 내가 보려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만날 수 없었다면. 내 생각과 현장이 달랐던거죠. 그런데 왜 내가 상상한 부분이 없었는지, 왜 만날 수 없었는지 고민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차주제 선택할 수 있겠지요. 분명히 유연성도 필요해요. 현장을 직접 보고 아니다 싶으면 아예 처음부터 시작할 수도 있겠죠. 전제를 바꿀 때에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자, 그럼 아까 예로 들었던 거리응원의 현장에서 무엇을 담아낼까를 지금 생각해보죠.

카프카 : 저의 경우, 응원하고 신나는 것보다도 그 현장 바닥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눈에 들어왔어요. 우비를 사방팔방에 버리고 지하철역사가 아수라장이 되는 모습이요.

안감독님 : 그런 관찰을 모아내는 것이 '그 현장을 어떻게 정리&이해할 것인가'가 돼요.

삐융 : 구로기계공구상가에 가기 전에 처음에는 빼곡히 쌓여있는 기구, 설비들을 상상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북적대는 모습도 찍고싶었는데 주말이라 예상과는 달랐죠. 또한 가서 찍어온 사진들이 한 두 가지로 정리가 안 돼요. 가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하고 가야 할 것 같네요.

미인백곰 : 저는 고척근린공원에를 갔어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있었고, 처음에는 공원 가는 길을 찍고싶었는데 되게 산발적이 되는 것 같았어요. 결국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만 담기더라고요.

안감독님 : 여러분이 만드는 작업은 단기간에 응축된 성과물을 내야될거라 생각되는데,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주제를 몇 가지로 작게 모아주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지 관점과 대상에 대한 이해를 일치시킬 수 있겠죠. 이야기를 벌리고 벌리기보다는 모으고 모아서 백가지 중 구십 오개는 버리고 다섯 개만 취하세요. 
예컨대, 저는 월드컵 거리응원이 젊은 여성들에게 자신이 가진 외형적인 자신감을 드러내고 발산할 수 있는 현장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딴 곳에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곳, 무엇을 표현해도 용납되는 용광로같은. 자기 표현할 수 있는 함성을 지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 월드컵 응원전은 젊은 여성들에게 무언가의 발산의 공간이었다고 생각했어요.
(tv는 영리한 매체라 사람들이 앵글을 돌릴 장면은 안 찍거나 찍어도 안 내보내요.) 그래서 나같으면 응원전에 열광하는 모습이 아니라 여성들이 붉은 티셔츠를 리폼해서 만들어낸 패션의 백가지 모습을 담겠어요. 이렇게 하면 그당시의 트랜드를 잘 기록할 수 있겠죠.

현상이란 것들은 여러 가지가 널려있어요. 내가 그 현장에 가서 무엇을 볼 것인가를 클로즈업의 재료로 모을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은 여러분이 말하고 싶은 바, 관찰한 바를 정리할 중요한 단서가 될거에요. 현장의 백가지 모습을 찍어도 90%는 여러분의 관심사일 거에요. 하지만 그 다수의 퍼센테이지를 버리고 십프로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방식은 실패할 확률이 높죠. 50%를 넘는 것들이 내가 제일 먼저 관찰하고 이해한 것들로 정리가 되기 때문이에요. 

지금 이자리를 이야기를 만들어볼까요.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축이 전혀 달라집니다. 

카프카 : 미디움 컷에서는 구로로노리단의 마크, 구로예술대학로고 잠깐 찍어주고, 클로즈업에서는 이야기 하는 모습들, 지도를 놓고 얘기하는 모습들을 찍는다면 '아 이런 공간에서 구로를 말하기 위해 모였구나.'라는 메세지를 발신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안감독님 : 이 공간을 예로 들어서 취재한다고 했을 때 저쪽 구석에서 와이드 컷을 찍고, 미디움은 좀 더 들어와서 강의하는 모습. 클로즈업 컷은 제 얼굴과 강의를 듣고 있는 것을 찍었을 때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무언가 모임이 있는데 안해룡이라는 사람이 강의를 하고 여러 사람이 듣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그리고 클로즈업 컷을 괜히 옆을 보고, 볼펜 돌리고 있는 장면을 찍으면 '재미없는 강의를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또한 떼샷을 어떻게 찍느냐 했을 때 비율적으로 '여성이 많구나', '남성이 많구나, 군인도 있네?'라고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즉, 앵글을 어떤 식으로 선택하고 구성하느냐에 따라 수강생의 정보 자체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시선을 생각하면서 사물을 관찰하고 카메라에 담는다면 다른 사람한테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가 정확히 전달되겠죠. 내가 담고싶은 내용이 분명하게 담기도록 해야지 보다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될 수 있을겁니다.




3. 편집과정



이 근처 문래동이라는 지역에서 삼년 전부터 예술인들이 그 지역을 조사하거나 리포트를 쓰는 등의 활동이 활발했어요. 이 책(문래동 사용하기)은 문래동 주어진 공간 안에서 여러 작가들이 그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기록한 보고서에요.


어떤 작가는 문래동에서 쓰고 있는 단어들을 조사했는데, 철강재 관련된 곳이 많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쓰지 않는 이곳에서 사용되는 특징적인 단어들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작가는 문래동의 과거 행정지도를 수집하여 행정구가 어떤 식으로 변화되었는지 살펴보았어요. 그것을 통해 지역구성이 어떻게 되고, 지형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지도를 통해 드러낼 수 있었죠.


이 작업은 구로동에 편의시설이 무엇이 있는지만 찾은 것이에요. 식당 화장실, 여관, 일하는 양반들이 묵는 곳 등이 나와있죠.

문래동에서 나는 소리를 시각화한 작업도 있고요.


문래동에는 기본적으로 철문이 많은데, 이 작업은 문래동의 철문만 다 찍었어요. 동일한 형태를 여러개 보면 유사성과 차이, 트랜드를 읽을 수 있어요.


어떤 작가는 자신의 작업장을 관찰해 세세하게 그렸어요. 그리고 작업을 편하게 하는, 유용한 공간 사용을 기록했지요. 수납장은 어떻게 만든다, 이층 공간은 어떻게 쓰는지 관찰했지요. 무엇 때문에 이것들을 이렇게 세팅했는지, 생산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현장의 노하우, 공간구성이 재밌어요.




이 잡자는 일본의 잡지인데요, 작가는 옛날지도를 찾아모았어요. 고지도에서 그 시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 있겠죠. 지명이나 곳곳의 명칭변화도 알 수 있고, 집이 얼마나 있었다가 얼마나 사라졌는지도 알 수 있고. 삼십년 전 지도와 지금의 지도를 비교하면서 공장이었던 공간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등등을 알 수 있죠.

이 잡지도 일본에서 나온 것인데, 키치죠지라는 부티나는 문화적 동네를 중심으로 연구를 한 것이에요. 역을 중심으로 하는 역세권을 관찰한 가이드북인데, 바로 앞에 있는 음식상가의 옛날 모습 사진도 구했어요. 그리고 도로마다 하나씩 명칭을 붙이고 그런 가게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찍었어요. 

제가 여러분에게 권할 수 있는 것은 많이 보기보다는 세세하게 보기입니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천천히 관찰하세요. 그러면 남이 보지 못한 여러가지가 보이게 되죠. 

어떤 작가는 자기가 관찰한 것들을 그림으로 그렸어요. 조그만 동네에 있는 맛집만 소개하기도 하고. 그 중에서 인상 깊은 것은 뭔가 쇼를 하고 있는 사람들만 모아낸 것이에요. 

많은 것을 보여준다기보다 관심사를 모아서 그것들을 관찰해보세요. 이 잡지에서는 공구상가에 가서 공구상가마다의 공구 특성을 기록했어요. 외부에서 보면 똑같지만 공구상가를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록이 되겠죠. 어떤 작가는 서재들만 모아내기도 했고요. 공구상가 화장실 모습만 찍을 수도 있겠고...

모아놓으면 무언가 보입니다. 분산하지 말고 비슷한 종류로... 아까 말한대로 현장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정말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하나의 얘기로 모아봐요. 그러면 얘기가 정리가 됩니다.

이것이 일종의 편집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죠!!

***
질의응답까지 마치고 들어가는 실전탐방.
특강이 어떤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질지 설레여지네요.

[6강 뒷풀이]편,
야외에서 펼쳐지는 밀리터리파티와 탐방히스토리를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