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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1 마포univ/2010수업

복덕방 수업 - 우리는 막걸리도 마셨고 컨설팅도 받았다네

 (수업 포스터)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부동산에서 월세방을 하나 소개 받았습니다.
좋지 않은 시설에 불친절한 아주머니. 하지만 어디 조언 구할 데도 없어서 그냥 계약을 했어요. (젠장)
아주머니는 노래를 불렀어요. 

♪♩ 어디가서 이런 집 못 구해.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 어디가서 이런 (후진) 집 못 구해. 
더러운 방. 비싼 월세. 불친절한 아주머니. 삼박자가 두루 갖추어진 곳이었죠.

왜 왜. 난 그때를 잊지 못하나.

대도 부동산엔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앉아 계셨습니다. 
오늘 수업에 대해 꽤 감을 잡고 계신 할아버지에 비해
할머니는 연신. '이거 뭐하는 건데요?' '뭐하는 거요?'
할머니께 마포는대학을 설명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애기로 할머니 마음을 풀어드렸어요. SBS 주말 드라마에 푹 빠져계신 할머니.
마치 한시간 전 재방송을 보고 온 드라마 덕후마냥. 네! 네~ 아. 어제는 정말...
누구나 할 수있는, 그러나 모두에게 통할 수 있는 두리뭉실한 이야기로 복덕방 분위기는 화기애애~

 


(포스터가 신기한 듯 연신 물어보시는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복덕방을 교실로 만드는 중)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 전 위촉장 수여식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멋쩍은 웃음. 자상한 마음씨. 가슴으로 전해지는 훈훈한 감동. 복덕방 안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서로 자신이 앞으로 살고 싶은 집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모두들 멋있더라구요.
어떤 친구는 그림같이 예쁜 집. 어떤 친구는 외국 사례. 또 어떤 사람은 자연친화적인 하우스.
베란다가 있는 복층의 원룸,(성규씨와 뜨끔양 동시에 꿈꾸는 집이었죠.
두분이 결혼하시면 빨리 꿈을 이루실 수있을것 같네요)

김인기씨 대궐같은 64평짜리 집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계획을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으신 할아버지 왈. '돈복은 타고나는 거란다.'

막걸리와 안주를 꺼냈습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가 술 드시는 걸 싫어하셔서 조심스러웠지만
걱정과 달리 흔쾌히 막걸리를 내어주셨어요.
막걸리와 녹두전. 감자전. 김치전. 푸짐하게 한 상 차린 후   

 

(오른손으로2번 왼손 3번 현란한 손놀림을 차마 다 담지 못했네요. 건배~
우리는 막걸리를 흔들어도 넘치지 않게 따는 법을 배웠습니다.)

 할아버지와 부동산과 인생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눴네요

 

김연식 할아버지는 금감원의 역할에 대해 확실히 알려 주셨습니다. 수강생 정찬희씨가 친구 닭집의 부당한
계약에 대해 물어보자. 무엇보다 금감원 민원처리실에 연락해 조치를 취하라는 도깨비 방망이 같이 시원한 답변을
시원~한 물처럼 내려 주셨습니다. 제가 모자랐나요? 금융감독원은 뭔가 뉴스에 큰일이 터질때만 들은 기억이 있어서
민원 부분이 있는줄 몰랐어요.ㅜㅜ
한 건물주가 주장하는 권리에 대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말씀 해 주셨어요.

양으뜸씨는 전입 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 급정색 하시며 그것은 불법체류며 ;; 불이익을 당했을때
국가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다 말씀 하셨습니다.
으뜸씨 크게 놀라. 바로 동사무소로 달려갔다는 후문이 들린다면 좋겠지만 ,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아직도 불체자로 살고 있는 처지라고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이슬기씨는 재개발 때문에 부당하게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주인님이 나가라 그래서 이사비용도 안받고 나온 순수한 청년)
 그건 잘못된 거라고 재개발지구에서 세입자로 삶을 살아 본 친구들 몇몇이 그건 잘못된 거라고 지적을 마구 마구하며
이제부턴 그러지 마라며 다독여 주며 슬기씨의 상처입은 마음을 보듬어 주었어요.
분이 풀리지 않으신지.그때의 억울함을 상기하며 막걸리 한잔을 쭉 들이키셨죠.

그모습을 보신 할아버지께서는 우리들이 설명하기 힘들었던 마포는 대학 수업의 취지를 깨닫고  말씀 해주셨어요.
"이사람이 모르는걸 이 아가씨가 이렇게 가르쳐주고, 내가 도와주고 하면서 이렇게 해결하는 것이 이모임의 있는 이유다아---."
명쾌한 정의 캄사드려요.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사랑하는 이유- 왜 자신이 바람피우지 않고 한 가정을 충실히 지켰는지에 대해 
가축의 다산을 들었습니다. 대관절 왜 낳기만 하면 토끼는 개든. 열마리는 기본인가요. 왜 닭들은 소만해 지는 걸까요?
수확의 여신같은 할머니를 할아버지는 사랑할 수밖에 없었노라 말씀 하셨습니다.

과거 복덕방 주변의 마포는 허허벌판이었다 말하며 우리를 과거로 인도해 주신 할아버지.
마포구 일대를 주름 잡으시며 큰 부동산 중매건들을 처리하시던 그때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듣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일본 후쿠오카 지역에 미꾸라지 수출업까지 진출하신 이야기까지 듣게 되었어요.
여자들에게 미꾸라지가 참 좋답니다. 참고하세요.



 


막걸리 맛있게 먹고.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박카스를 나눠주시며 우리 청춘의 건투를 빌어주셨어요.
피로회복을 시켜주시는 당신의 손길. 우리는 박수치고 환호하고 눈물까지.

그렇게 수업은 끝이나고 마지막 작별인사.
기념사진은 남았습니다. 뜨거운 안녕

♪♩







며칠이 지나 대도부동산 앞을 지날때

여전히 붙어있는 복덕방 수업 포스터를 보고.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그날은 어떤 날로 기억이 될까요?

마지막 할아버지의 명언을 덧붙입니다.

"파는 사람은 너무 싸게 판거 같고,
사는사람은 좀 비싸게 준 거 같다 싶을때 가장 좋은 거래가 이루어진다."



할아버지. 할머니 여전히 건강하시죠?






다시찾아간 복덕방에서 여전히 반주를 즐기시는 할아버지 인증샷.
저에게 할머니는 "요새는 무슨 수업해요?" "돈은 받고 일해요?"
"사는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며 좀힘든것 있어도 참아보라셔요.ㅋ
갈때마다 얼마나 시원한 박카스며, 요구르트를 주시는지 ..
여러분도 궁금한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찾아무엇이든 물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