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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는대학/수업리뷰

[1학기 2.5강] 단체탐방 리뷰 2

마포 탐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평일 저녁, 일을 마치고 학교 수업을 마치고 삼삼오오 모인 게릴라 2.5강!


[문화로놀이짱-6/7 목]

월드컵경기장 서문 쪽 길건너, 대형차가 들락날락하는 주차장 안에 작은 벽돌건물과 주황빛 컨테이너.

'여기에 과연..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면 제대로 찾아오신겁니다!


오늘의 방문지, '문화로놀이짱'입니다.


우리는 늘 ‘진행형’이에요 

단체가 시작된 건 2004년이에요. 홍대 앞에서 청소년 문화기획 단체로 시작했어요. 지금 모델의 씨앗이 되었던 행사가 2006년, 2007년에 했었던 ‘OO마켓’이에요. 사람들이 수레를 끌고 나와서 판을 벌이는 만물상, 자투리시장이었고, 그게 발판이 되어 2008년에 ‘OO시장과 움직이는 가게’를 진행 했어요.

2009년 서교예술실험센터 옥상공방으로 가게 되면서 생활문화를 고민하는 와중에 홍대에 버려지는 목재가 많다는 걸 발견했어요. ‘작가들과 나눠서 쓰면 좋겠다’ 싶어 사람들과 같이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창고 중심으로 재활용 목재를 수거해서 새로운 가구나 소품을 만드는 지금의 사업 모델이 완성된 거예요.


현재는 또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단순히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 보다 ‘소비문화에서 탈피해서 스스로 자기 삶에 필요한 걸 만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게 요즘 하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가구와 워크숍 과정을 통해서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고 삶의 감각과 방식을 길러보았으면 좋겠고, 저희도 그런 것을 기르는 과정에 있어요. 물리적 공간의 ‘마을’이 아닌 ‘특정한 이슈로 매개가 되는 마을’을 만들었으면 해요.


지금은 기획팀, 제작팀, 리폼팀으로 나뉘고 총 8명의 구성원들이 있어요. 디자인을 전공하거나 특정한 기술이 있는 사람은 없고, 버려지는 것에 관심 많은 사람, 뭔가 뚝딱거리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모였어요. 물론 자체적으로 기술력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전문가가 아니라서, 혹은 전공하지 않아서 된다, 안된다.’ 라는 판단은 저희에게는 의미 없는 얘기에요.


  오늘 마포는커뮤니티대학을 반겨주신 최은희 팀장님과 김지연님


구성원들 모두 목재를 보면 아까워해요

저희는 개별적으로 전화로 수거 할 가구가 있다고 알려주시면 가지러가요. 수거 홍보물에 어떤 것들을 수거하는지 나와있거든요. 마포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으로 다 가죠. 재질이 확실치 않을 때에는 사진을 받거나 가까운 곳은 직접 가서 확인하고 수거 하고 있어요.

가구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그 이후 핵심은 해체하고 적재하는 일이에요. 창고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자재가 사이즈별로 잘 적재되어 있어야지 잘 찾아서 쓸 수 있으니까요. 올해는 공간을 더 확충해서 창고를 지을 생각이에요.

가구는 주문제작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원판이 아니라 자투리 자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늘 상 패치웍(patch-work) 디자인을 하게 돼요. 구입하시는 분들이 좋아하셔서 그 특성을 살리는 디자인으로 제작을 많이 하고 있어요. 첫 주문이 ‘성미산 밥상’이었어요. 새로 인테리어 하면서 테이블을 주문하셨는데, 그 뒤부터 그 제품을 보고 연락을 하거나 언론이나 홍보를 보고 전화주시는 분들이 있고요. 제품을 완성하면 ‘이 상판은 성모병원에서 수거한 가구입니다.’ 이런 식으로 스토리 택을 만들어서 부착해요. 가구에 대한 히스토리를 알려드리는거죠.


벽돌건물 안 목공 작업장 / 자투리 나무가 착착, 그야말로 노다지가 따로없는 목재창고



청년자립은 우리 스스로의 문제이기도 해요

우리가 지금 있는 공간이 ‘명랑에너지발전소’라고, 작년에 폐컨테이너를 수급해서 직접 만들었어요. 페인트칠도 손수 새로 하고, 가구도 만들고요. 올 상반기까지 2층을 증축할 예정이에요. 지금은 목공공간과 매뉴얼도서관으로 쓰고 있고, 증축하면 전체를 ‘도서관’이라는 개념을 두고서 도구나 재료를 대여하고 판매하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해요. 이 공간에 와서 만들기에 대해 자극을 받고, 필요한 자재를 재료도서관에 가져와서, 그 자극으로 바로 옆에 있는 목공공방에 가서 만들 수 있는 거죠. 그런 마을작업장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여력이 없어 공간을 상시적으로 운영하지는 못했어요. 올해까지 관심 있는 건 20, 30대 청년자립, 1인생활가구라 그 화두를 중심으로 작은 책장, 서랍장, 의자만들기 워크숍, 수레만들기 워크숍 등을 진행했어요.

사실 청년자립은 우리 구성원들의 문제이자 스스로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올 해에도 워크숍이나 마을작업장이 청년세대, 1인가구, 독립생활자 중심으로 꾸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Q) '어디든 가는 수레'의 세부적인 내용을 알고싶어요.


김지연)

자립을 하고 싶거나 실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수레를 통해 실현하는 프로젝트였어요. 디자인 전시에 필요한 수레를 만들고 싶다는 디자인그룹, 학교 앞에서 노점을 해보고 싶다는 학생, 움직이는 작업실을 만들고 싶다는 디자이너 등등 개개인의 사연이 다 달랐지요.


최은희)

수레가 별로 크지 않고 이동이 편하기 때문에 빨리 도망가실 수도 있고(^^) 수레 재료비는 소셜펀딩을 통해 부담했어요.


김지연)

한 번도 제작을 해보지 않으신 분들이 철 자르고, 고물상가서 재료 보고 재료를 고르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다 경험 하신 거예요. 하나의 뭔가를 만들기 까지 이렇게 많은 것들이 소요가 되고 품이 들고 손노동을 해야 된다는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수레의 가치를 아는 거죠. 또 그 수레가 이 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발휘할지 각자 의미를 부여하고요. 그런 과정들이 의미가 있었던 거죠.

문화로놀이짱의 처음 시작이 'OO마켓'의 수레였기 때문에 그 상징성과 스토리가 커요. 우리가 그렇게 했듯 다른 누군가가 수레를 이 시대에서 끈다면, 작지만 엄청난 또 다른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최은희)

문화로놀이짱도 이렇게 사회적기업까지 온 것 처럼 수레를 만든 청년들 중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대안적인 게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어요.

또 물건을 소비해야 되는 상황이지만, 스스로 만들다 보면 소비를 하는 눈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저 역시도 뭘 하나 사더라도 어떤 공이 들어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생기고 있달까요. 모든 걸 직접 만들어야 된다는 건 아니지만, 뭘 하나를 살 때 ‘이게 어떻게 왔겠구나.’ 조금이라도 생각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Q) 예전에 태양열 온풍기랑 생태화장실을 만들고 있다고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어떻게 되고 있어요?


최은희)

소문이 났군요(^^) 저희는 구성원에 따라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는데, 구성원들 중에 생태화장실에 관심 있는 분이 있거든요. 태양열 온풍기는 만들다가 너무 더워져서 못 만들고 있고, 옥상에 잘 모셔져 있어요. 


김지연)

저희가 시골 같은 곳에서 생활하다보니 여러 문제가 있어요. 수도시설이 없어서 물탱크로  물을 실어 와야 하니 물 부족 문제도 있고. 그래서 이 걸 어떻게 해결할까 하다 생태화장실 얘기가 나왔죠. 겨울에는 또 여기가 너무 추워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다가 태양열 온풍기 이야기도 나온 거고요. 이런 식으로 우리 일상 속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친자연적으로 어떻게 풀어낼까,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여기 환경에 적응이 힘들더라고요. 도시에서 살다가 하루에 한번 씩 시골에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풀냄새부터 시작해서, 제 오감을 자극했던 일상생활의 것과 다른 환경에 처하게 되니까. 하지만 지금은 자연과 같이 가까이 있으니 스스로 변화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있어보니까 별거 아니고요.

나름 로맨틱한 것도 있어요. 군고구마 구워먹는다든지, 불가에 앉아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 나눈다든지. 그런 풍경은 어렸을 때 했다가 이제 나한테 낯선 풍경이었는데 다시 나의 일상으로 오니까, 그런 감수성들이 또 다르게 다가오는 게 있어요.


최은희)

이런 공간에 살다보니 추운 건 추운 거고 더운 건 더운 거다, 싶어요. 그걸 기술의 문제로 해결하려고 하면 돈이 많이 들고, 그냥 받아들이면 편한 것 같아요, 명랑에너지발전소도 여름에 많이 더울 것 같아서 옥상에 조경하는 거, 천막치는 거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겠죠. 그래도

에어콘 켜는 것만큼 시원하지는 않을 거예요. 



Q) 이곳 환경, 하시는 일, 삶의 태도가 모두 맞닿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최은희)

사실 저희가 걱정하는 이미지죠. 왜 문화로놀이짱 멤버들은 모두 채식할 것 같고, 뭐든지 직접 만들어 쓸 것 같은 이미지랄까요.


김지연)

주변에 밥먹을 곳도 마땅치 않아서 도시락을 싸요. 사실 도시락 싸서 다니는 게 좋다는 건 알지만 생활에서 실천하기는 너무 힘들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해야 되니까요. 그러면 모여서 도시락 나눠먹으면서 할 수 있는 얘기도 달라지고요.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Q) 각자 자기 고민에서 출발한 사업들이 많은 것 같은데, 요즘 가장 하고계신 고민이나 하고싶은 기획들이 있으세요?


김지연)

일상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감정, 사건이 우리 안에서 이야기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사회의 문제들이 나에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반대로 개인의 삶에서 다가가기도 하잖아요. 그 절충안 안에서 기획을 해나가고 싶어요.

제가 문화로놀이짱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성들을 기획으로 잘 풀어내고 싶은데, 작은 정, 우리의 문화 같은 감정들,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있어 놓치기 쉬운, 또 그렇지만 중요한 그런 감성들 있잖아요. 흔히 일상문화라고 하는 것들이요. 여기서 만나는 구성원들이 신기하고 재미있거든요. 구성원들 스토리 각각이 설레는 작업이 될 수 있어요. 그런 일상과 문화에 대한 얘기 전반적인 흐름 안에서 기획을 하고 싶고, 그것이 목공으로 구체화되어 나왔으면 해요. 제가 여기에서 느끼면서 계속 변화하는 감수성 같은 것들은 사람들에게도 다 있던 것들인데 잊고, 때로는 잃고 지내왔던 것이거든요. 그 감수성을 다른 사람들과 기획 안에서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저의 미션이에요. 그 감수성을 콕콕 찔러주고 싶어요.



최은희)

저는 문화로놀이짱에서 2년이 넘으면서 엄청난 일을 많이 겪었거든요. ‘이 정도 힘든 일도 겪을까?’ 하는 걸 늘 상 겪었어요. 힘든 일이 일상적으로 느껴질 정도로요. 그렇지만 여기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문화로놀이짱 멤버들을 만났다는 사실이에요. 이런 사람들을 여기서 아니면 어디에서 만났을까 싶어요.

저는 현재는 문화로놀이짱이 지속하기 위한 제품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거든요. 그 기획 자체가 너무 두렵기도 하고 거대하기도 해서 힘들지만, ‘이게 잘 나와야 우리 식구들이 아무 편하게 먹고살 수 있다.’ 라는 생각을 하면 재미가 있어요.







어느덧 바깥은 어둑어둑해지고

최은희팀장님, 김지연님. 늦은 시간까지 감사합니다!

즐거운 기운에 구석구석 흥미로운 공간들 까지

벌렁대는 심장과 상상력을 콕콕 자극받은 그 기분 그대로, 뒤이은 우리끼리 짧고 굵은 뒷풀이수다!


다른 삶의 방식 알아가기


소리)

저는 지금 학교에서 목공동아리를 하는데요, 학기 중에 새로 만든 동아리라 아직 리폼하는 수준이고 방학 때 본격적으로 해보려고요. 문화로놀이짱에서 수거하신 가구 해체할 때 동아리 친구들이랑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가구의 구조나 구성에 대해 잘 알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 학교 교수님이랑 한번 와서 대표님께 설명 들은 적 있어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잘 알고 있었어요. 오늘 생활하시는 이야기를 더 들으니 감명이 깊었어요. 정말 알면 알 수록 매력이 커지는 게, ‘나는 여기 있어야 겠다,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연친화적이고 감성적인 공간이라 좋았어요.


야마)

손의 리듬감을 살리고 노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와 닿았어요. 요즘에는 머리만 커져 생각만 하고 몸은 따로 논다는 생각이 드는데 문화로놀이짱에서는 그걸 일치시키면서 일을 하는 것 같아요. 


다람)

저는 일상문화라는 말이 와 닿았어요. 잊고 있었던 것. 감수성. 이런 단어가 저한테 확 다가와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의 근대적 시간관에 맞춘 사람이 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게 감수성에 대한 고민이었거든요. 자꾸 어떤 틀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니까 스스로 잊어버리는 것이 있어요.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디서 마음을 어떻게 느끼고 하는 것들이요.

아까 팀장님께서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익숙해진다'는 말씀하시니 뭐랄까, 저 역시도 이미 소비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 겨울에 '어디든 가는 수레' 프로젝트를 처음 봤을 때에도 와 닿는 게 별로 없었거든요. ‘내가 뭘 만들 수 있다는거지? 뭘 해야하지?’ 하는 생각만 들고요. 지금에 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 역시도 만들어지는 과정과 노력에 대해서 잊어버리고 저도 점점 그렇게 가공되어가지 않았나 싶어요. 스스로 즐거움, 감수성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찾아서 내 삶을 잘 기획 할 수 있을까요.


인디고)

마포는커뮤니티대학을 하면서 새로운 대안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니까 신기해요. 재활용 나무를 쓰는 게 굉장히 좋은 일 이라는 건 다 아는데 실행은 하기 힘들잖아요. 그걸 해 나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제 힘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하네요. '어디든 가는 수레' 프로젝트 인상적이었어요. 내 수레에는 뭐가 실릴까?





몽)

자기 문제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 문제를 생각하고 있잖아요. 자신의 문제를 넓게 펼쳐서, 함께 해결하려고 하는 게 신기하고 좋아보였어요. 


락소년)

DIY가 아니라 DIO(Do It Ourselves)라고 나와 있는 거예요. 너 스스로 하는 게 아니라 우리 같이하는 거라고. 명랑에너지발전소 네 가지 키워드 중에 협업이 있었고요. 그게 눈에 딱 들어왔어요. 맞아요. 같이 하는 거죠.

모든 기업과 조직에는 분쟁이 생기기 마련인데, 해결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사실 상처받은 사람들이 만든 커뮤니티는 어떻게 분쟁을 해결할까 같이 논의하고, 이게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소통하고, 때로는 외부에 분쟁을 알려서 자문을 구하기도 하잖아요.  문화로놀이짱은 그게 가능한 사람들인 것 같아요. 두 명밖에 못 봤지만 두 분이 정말 친해보여서 인상적이었어요.



하고 싶은 걸 일로 지속하기


소리)

'돈 많이 주는 데 갈래, 아니면 하고 싶은 데 갈래' 그런 질문 많이 하잖아요. 요즘은 돈이 없고 힘들어도 진짜 하고 싶은 일 하면 행복하겠구나 싶어요.


몽)

좋아하는 일 하며 사는 게 사실 부러워요. 저도 하고 싶은 일 찾는 게 우선이고 돈은 나중에 벌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또 당장의 생계가 있으니까 쉽사리 그렇게 잘 안돼요.


인디고)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고 내가 이대로 있어도 되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어요. 저는 도예를 취미로 하고 있는데 이걸 작업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거든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이제 도예를 시작한다고 하면 무모하고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좋아하는 걸 안하고 다른 걸해도 계속 맴도는 거예요. 어쩔 수 없더라고요. 하고 싶은 걸 해야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하는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요.


나다)

저는 지금 일하는 곳에서 초반에 일과 저의 가치관을 너무 결부시켰어요. 조직에 10명이 있으면 10명이 생각이 다르고, 조직을 이끌어가는 대표님 생각이 다른데 나의 것을 다 결부시키니까 내가 너무 힘들고 일이 진행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오히려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너무 자만했다고 해야 하나. 이런 활동을 하면 지역도 바뀔 것 같고, 세계도 바뀔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일은 일대로 하고 내 생활이나 가족단위로 변화를 모색하는 선에서 하는 편이에요. 이 일이 나의 것과 100% 결합되어 있어서 정말 행복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일을 할 때 보다는 많으니까 그 부분에서 만족감을 얻어요. 나에게 맞는 부분이 뭔지 일부러 챙겨서 찾기도 하고요. 그렇게 해야 좀 괜찮아져요.


야마)

아까 문화로놀이짱 사업이나 기획을 보면 각자의 고민이나 살아가며 생각하는 것들,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잖아요. 그게 일이 되기도 하는 건데. 그런 것처럼 내가 어떻게 나를 반영을 하면서 무언가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 하게 돼요.



[성미산마을극장-6/8 금]

성미산마을의 또 하나의 커뮤니티,

단체탐방 마지막 방문지는 성미산마을극장입니다. 


빨간 객석의자 앞에 모여 둥글게둥글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같이 방법을 찾아나가요


구름)

성미산마을에서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들을 누군가가 제안하면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2, 3년 간 논의를 해요. 준비과정을 거치는 거죠.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계속 이끌어가고, 작은 커뮤니티들에게 이런 논의를 해달라고 제안하고, 논의된 걸 대표자들 끼리 모여 다시 이야기하고. 그 과정을 2년 3년씩 거쳐서 정말 이게 필요하다는 뜻이 모아지면 각자 출자를 하든지 마을에서 공동으로 대출을 받든지, 방법을 찾아 만들어가지요. 몇 년 논의하며 준비했어도 '필요 없는 것 같다, 시기상조인 것 같다' 판단이 들면 접기도 해요.

성미산마을극장도 마을에 있는 대부분이 그렇듯 그렇게 뜻이 모여 만들어졌어요. 2007년도에 마을축제를 끝내고 동아리들이 많이 생겨났었거든요. 늘 발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마을에서 극장을 만들려고 준비하며 공간을 보러 다니고 있었어요. 그 와중에 이 건물을 지으면서 이 지역에 들어온 시민단체 4곳에서 '마을에 뭔가를 해주고 싶다'고 의견을 표하셔서, 극장을 만들어달라 이야기했죠. 


순화)

굉장히 비싼 공간을 내어주신 거죠. 많은 분들이 훌륭하다고 해요. 소극장 100석규모 정도면 보통 층고가 낮잖아요. 여기도 처음에는 1층 규모로 지하를 팠다가 극장이 본래의 역할을 하려면 더 필요하다 해서, 많은 돈을 더 들여서 팠대요. 다른 일반적인 소극장에 비해서는 공간을 만들 당시부터 많은 설계 자문이 들어가서 전문적인 공간이 나왔죠.


성미산마을극장의 순화와 산솔


좋은 작품보다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관계’가 더 중요해요


순화)

프로그램 만드는 방식이 몇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극장 자체에서 기획하는 프로그램인데, 우리들도 내부에서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문화예술 기금을 받아 진행해요. 그렇지만 그 외에도 꼭 사업비가 많지 않아도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방식들을 찾다가 작년에는 ‘동네북프로젝트’라고 작고 소소하게 같이 하고 싶은 것을 나누고 제안하는 계획을 만들었어요. 또 한 달에 한번정도 극장에 부담 없이 와서 즐겨보자 해서 원데이 프로젝트로 만든 게 ‘마실프로젝트’였어요. ‘밤마실 영화관’ ‘오페라마실’, 그리고 올해 5월부터는 ‘춤마실’을 진행하고 있어요.

물론 처음부터 극장이 사업비를 마련해놓고 프로그램을 만든 건 아니에요. 무대에 서는 사람도, 극장을 채우는 사람들도 주민이고 예술가들이었고, 그렇게 서로 품을 내서 했었지요. 그게 조금씩 프로젝트가 쌓이고 노하우가 생기니 공공기금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또 하나는 외부 협력파트너들을 만들어서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그 파트너가 예술가이기도 하고 시민단체이기도 하고 일반 주민이기도 해요. 극장에서 하는 것에 관심 있어 하고 극장에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죠.


그런데 여기에 두 가지 제약이 있어요. 한가지는 ‘공간’ 이에요. 보시다시피 여기에 따로 연습실이나 같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없어요. 그래서 장기간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고, 어르신들이나 청소년들이 공간에 오래 적응하면서 연습하기가 힘들죠.

두 번째 제약은 ‘관계’ 에요. 사실 극장을 찾아온다는 건 공간을 찾아오는 게 아니라 ‘공간을 매개로 해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거든요. 멋진 초청공연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이 동네 엄마아빠 밴드, 어린이 합창단이 공연할 때 객석이 더 많이 차요. 사람들의 관심은 창작자와 향유자, 생산자와 소비자로 양분되지 않거든요. 그게 마을극장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해요. 무대 경계가 없어 사람들이 무대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누군가에게는 ‘다음에 이 무대에 서봐야지’ 꿈꾸게 할 수 있는 무대가 되기를 바라거든요. 실제로 그렇게 되기도 하고요. 

프로그램은 다양할 수 있지만, 조금 더 관계성이라는 걸 지속할 수 있는 방식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공연을 하고 싶다는 분들이 마을 사람들과 같이 인사 나누고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자리와 기회들을 만들어 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부대표 구름과 유일한 20대 스탭 짝지


서로 알며 함께하려고 하면 그게 마을이 돼요


구름)

2004년에 이사하고 나서 이 곳을 떠야겠다는 생각을 한 3년은 했어요. 행사나 모임 같은 게 너무 많은 거예요. 공동체에 갈망이 있는 사람들한테는 괜찮은 동네지만, 저는 도시생활에 익숙했고 회사, 집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어서 주말에 쉬어야 되는데요. 그런데 3년을  살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기웃거리게 되는 거예요. 그러다 점점 심심해지고요. ‘나 좀 껴주지.’ 하면서요. 

작년에 1년 정도 마을에서 벗어나서 살았었는데, 처음에 너무 좋은 거예요. 이 편안함. 누가 건들지도 않고, 큰 길 건너와도 누가 부르지도 않고. 두 달 지났는데 진짜 심심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을에 다시 왔는데 어렸을 때 살던 곳 온 느낌이었어요. 골목에 나가면 동네사람 있고요. 그렇게 작은 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좋아요.

사실 성미산마을이 좀 더 관계가 자연스럽고 잘 드러난다 뿐이지 어느 곳이나 사람 사는 데가 비슷하죠, 뭐. 서울이나 지리산 자락이나 자연환경이 다른 거지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잖아요. 옆에 사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거느냐, 안 거느냐에 차이가 있지않을까 싶어요. 여러분들도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옆집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아파트단지 안에 ‘이런 취미가 있어요, 같이 할 사람 모집해요.’ 붙여놓고 여러 사람 만나게 되면 그렇게 마을이 되는 거죠. 뭐 없어요.


짝지)

성미산마을에 와서 일하면서 커뮤니티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드는 생각이 있는데요. 나중에 이사를 하게 되면 옥탑으로 가고 싶어요. 옥상에서 할 수 있는게 많잖아요. 영화제를 할 수도 있고. 동네에 소문내면서 그런 거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커뮤니티가 어떤 건지 생각하면서 뭘 실천하면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작게 작게요.


순화)

마을이 생겼다는 것은 건강하게 다른 방식으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실현한 거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 마을 사람들의 에너지를 좋다고 생각해요. 더불어서 시민단체들이 마포에 많이 오고 있잖아요. 성미산마을 쪽으로도 많고요. 이 건물 자체가 4개의 시민단체가 이사 오면서 만들어진 건물기도 하고요. 그런 건 성미산마을이라서가 아니라 홍대 인근에 여러 시민단체들이 분포해 있기 때문에 가능한거죠.

매년마다 마포구 동네 단체 신년회라는 걸 해요. 마포구에 있는 시민단체, 문화단체, 예술단체들 모여서 같이 하루를 보내는 건데, 올해가 3회차 였는데 리스트업 된 게 100개가 넘었었거든요. 이 쪽에서는 네트워크, 협업에 대한 열망이 다른 곳보다 있는 편이죠. 그런 에너지들이 좋다고 생각해요. 단체들이 꼭 성미산마을이 아니라, 커뮤니티 활동을 순탄하게 펼쳐갔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는 중앙조직 활동을 하는 곳이 많다는 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에요.



Q: 문화기획이라는 게 뭘까요? 기획을 잘 하려면 다재다능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구름)

기획이라는 게 체계를 밟고 가고, 절차가 있어야 될 것 같은 느낌이잖아요. 그렇게 배워서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저는 문화예술기획 자체가 삶인 것 같아요. 생활하는 삶 속에서 좀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내가 좀 더 잘 놀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기획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내가 놀 마음이 없으면 일이잖아요. 내 마음속에서 '해야겠다, 이거에 정말 푹 빠져들어야겠다' 하면 사실은 절차가 어설퍼도 잘 갈 수 있어요.


산솔)

마을극장와서 느낀 건, 기획이라는 게 ‘내가 바로 이런 걸 하면 되겠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여기는 문화적인 소스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여러 단체도 많고. 주민들도 공연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문화적 소양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아요. 이 사람과 이 사람을 매칭하면서 풀어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여기서 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거. ‘내가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라고 생각해서 하는 것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열리면서 만날 수 있게 판을 깔면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어떤 것들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기획을 할 때 다재다능한 역량이 있으면 더 좋겠죠. 이것저것 많이 갖고 있어서 쏟아낼 수 있으면. 그렇지만 꼭 그래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구름)

다재다능한 사람들을 아주 친한 사람들로 만들면 되잖아요. 늘 상 옆에 있는 사람들로.


Q: 성미산마을이 공동육아로 시작한 공동체라 아이가 있는 가정이 대부분이잖아요. 청년들은 어떻게 활동을 하고 있나요?


짝지)

결혼하지 않고 아이가 없으면 동떨어진 느낌이 없을 수 는 없어요. 처음 왔을 때 어떤 아이들이 사람들과 인사하고 다니는지 눈여겨봤어요. 마을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면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인사하고 했어야 했는데, 제가 그런 속도가 좀 늦어서요.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기에 정말 좋은 동네라는 생각이 들어요.


구름)

마을에서 청년들이 활동하기에는 나쁘지는 않아요. 거의 삼촌뻘 쯤 되니까 편할 수도 있죠. 문제는 일상에서 소통이 잘 안 된다는 게 조금 불편한 점이에요. 보통 동네는 저녁에 모임이 많거든요. 아빠들끼리, 엄마들끼리, 부모들끼리, 가족모임, 이런 거요. 해지고 나면 청년들이 청년활동가들의 모임을 만들어야 되는데 쉽지 않죠.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커뮤니티 안에서 살고 있어야 정말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데 여기 와서 살기엔 집값이 너무 비싼거죠.

한 2, 3년 전에 마을에 청년활동가들이 많았어요. 그 당시에 '마을 청년활동가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야 된다'는 논의가 있었어요. 그런 공감대가 요즘까지 계속 형성되어 가고 있는 과정이에요.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쉽게 얘기해서 마을이 늙어 가니까요. 젊은 청년들이 와서 일을 하고 마을에서 자란 아이들이 또 활동하고. 그런 기반을 마을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힘든 거죠. 쉽지 않은 거예요. 마을의 숙제에요.







주인, 손님 구분없이 시종일관 수다떠는 분위기에

소소한 이야기 하나씩 꺼내놓다보니 약속한 시간을 훌쩍 넘겼어요.

순화, 구름, 산솔, 짝지. 오랜시간 자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행주, 릴라healing&art, 문화로놀이짱 그리고 성미산마을극장까지,

2주에 걸친 4개의 단체 탐방은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신 모든 담당자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려요.


이 경험을 양분 삼아 이번주부터 이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재미진 프로젝트를 하나씩 만들어갑니다.

용용, 다다, 다람, 석, 정은, 나다, 선화, 누혜, 현나, 락소년, 몽, 씐난다:), 진진, 석수, 소리, 나무럭무럭, 인디고, 숲!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해 주시는 마포의 동네단체 6곳과 함께

해봐요.

신나게! 


마포지역과 마포는대학을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 어떤 일들이 쑥쑥 자라날지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