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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1 마포univ/마포 그 가게 그 사람 그 골목 2011

동네한바퀴 1_염리동

#1. 염리동사무소

동네 사람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동사무소가 아닌가싶다. 

그 중에서도 옛부터 소금장터로 알려져 마을 이름도 "염리동"인 염리동사무소로 발길을 향했다.

우리는 동사무소를 어떤 일이 있을 때 갈까? 아마도 주민등록등초본을 떼거나 이사를 해서 전입신고를 할 때 등의 경우에 찾아갈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요즘의 동사무소는 주민들을 위해 다른 열린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여러 일들을 벌이고 있다. 그 가운데가 도서관과 나눔 광장의 역할이 아닐까. 

 


동사무소 사무실을 통과해서 들어갈 수 있어서 다소 접근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이 작은 공간은 의외로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는 장소라고 한다. 어느 대학생이 중고등학생의 공부를 가르쳐주는 공부방이 되기도 하고, 책을 빌리러 왔다가 잠시 쉬어가기도 하는 쉼터이기도 하다. 이 곳이 마포는대학 교실이 되는 상상도 잠시 해보기도....!


# 할머니들의 시간
동사무소에 갔다가 사무실직원분이 알려주신 대로, 조금 걸으니 소금터 옆에 평상이 하나 있다.
잠시 쉬려고 앉은 곳에서 할머니들가 계셔서 두런두런 소담스런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주제는 일단 날씨. 
-날씨가 푹푹 찌네요, 할머니
-응 그니께. 날씨가 왤케 더워
-그래도 바람이 좀 불어서 어제보다는 나아~

-어째 그래도 비가 많이 내려서 6월은 그렇고롬 넘어가는가 싶더니~
-할머니, 지금 7월이예요.
-아니, 음력으로는 6월잉께

그러고서는 한참을 6월이 어쩌고 저쩌고 하신다. 내 기준에서는 스스로 한번도 날짜를 음력으로 헤아려본 일이 없어서 꽤 신기했다. 아, 할머니들은 다른 계산법으로 시간을 세고 계시는구나. 

그리고 할머니들은 말문이 트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 동네는 과일집하고 정육점이 많어.
-왜 많아요? 
-몰러. 그냥 많어. 저 정육점은 수입산이 많아서 좀 싸고, 저집은 돼지를 직접 잡아와. 그래서 좀 비싸.
-저 과일집은 수박 잘라서 팔기도 하더만, 저집은 비싸기만 하고 큰놈만 들여놔.
-저 집에 전세를 내놨는데. 엄치기 비싸드만. 
-요새 전세도 없는데, 사글세도 아니고 전세를 내놨대?

정말 앉아있으려니 이집저집 이야기거리가 넘쳐났다. 할머니는 그렇게 다른 시간의 방법으로, 아무렇지 않게 마을과 소통하고 있었다. 

할머니들과 헤어지고 길을 걷다가, 또 다시 다른 장소에서 만났다. 두분은 단짝 친구처럼 골목구석구석에 앉아계셨다.

(사진이 많이 흔들려서 죄송해요!)



#3. 계란집 


쌀집, 술집, 분식집. 집자로 끝나는 가게는 많이 봤지만, 계란집은 처음본다.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나오시더니 저렇게 웃어주신다. :)


안에는 정말 순수하게 계란만 팔고 계신다. 한개씩 낱개로는 안팔고 한 줄씩, 혹은 한 판씩, 아니면 도매로 파신다고.  



계란집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손주가 할머니 저녁식사 하시라고 가게에 나왔다. 무뚝뚝하지만, 할머니에 대한 애정이 깊어보였다. 나와 대화하느라 말이 길어지자, 식사 때 거르신다고 뿌루뚱해지기도 했다. :)

할머니들은 모두 내게 밥은 챙겨 먹고 다니느냐고 물으셨다. 그리고 무얼 하던지간에 밥은 꼭 챙겨먹으라며, 손녀 대하듯이 따뜻하게 말씀해 주셨다. 마음이 너무 따뜻해졌다. 


염리동은 참 걷기 좋은 동네다. 잠깐잠깐 앉을 평상도 있고, 작은 의자도 골목골목에 놓여있다. 옛날 가게들이 즐비하고, 사람사는 생기가 있어서 마치 이 곳이 서울인가...? 싶기도 했다. 인심좋은 시골 동네를 거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곳이 재개발지역으로 선정되었단다.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이 곳이 사라지기 전에, 마포는대학에서 이 동네를 학생들과 탐방하는 상상을 했다. 이런 보석같은 곳을 놓치고 싶지 않다.